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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넥슨게임에서 개발한 3인칭 루터 슈터 액션 게임으로 올해 출시 예정인 데스트니의 표절이니 아니니 말이 많았던 퍼스트 디센던트의 시스템과 콘텐츠, 애니메이션 및 아쉬운 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핵심 시스템
과연 이 넥슨의 역작 퍼스트 디센던트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이 게임의 장르는 루터 슈터입니다. 소위 말하는 총 쏘고 폐지 줍는 게임이죠. 그리고 제가 가장 선호하는 장르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데스트니 보더랜드, 워프레임 디비전 아웃라이더스까지 거의 안 해본 페이지 줍기 게임이 없는 수준인데 그러다 보니 다른 게임은 몰라도 이 루트 슈트 하나만큼은 정말 엄격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입장에서 본 이 게임은 상당히 아리송했습니다. 게임은 한 장르의 후발주자라면 피해 갈 수 없는 영향이 강하게 묻어 있습니다. 워프레임 방식의 로딩 캐릭터 성장 재화, 데스트니 방식의 콘텐츠 및 몬스터 디자인, 아웃라이더 시계의 템포와 전투 센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영향을 받은 각가지 요소들을 느낄 수 있었죠. 이건 보는 시선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도 있는데요. 개인적으론 한참 후발주자로 출발한 게임들은 좋든 싫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관건은 이것들의 장단점을 어떤 식으로 배합했냐 그리고 본인들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얼마나 조화롭게 섞어놨냐가 되겠죠. 캐릭터는 모딩과 같은 블록을 각기 캐릭터들에 입힐 수 있음은 물론 각 무기들에도 일괄적으로 입힐 수 있습니다. 이것들의 조합으로 인해서 플레이어는 여러 가지 빌드를 자유롭게 짤 수 있도록 되어 있죠. 특히나 캐릭터의 고유 스킬을 강화할 수 있는 모딩은 전반적인 전투 스타일 자체를 크게 변화시키는 게임의 중요한 요소로서 나름 핵심적으로 가져가려는 시스템 같아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달려일수록 실드가 빨리 찬다거나 몇몇 스킬의 공격력 감소 효과를 붙인다거나 아예 스킬 자체를 바꿔버리던가 할 수 있죠. 이 외에 착용할 수 있는 모딩들도 각기 캐릭터가 가진 고유의 스타일에 맞춰서 따로 세팅을 하거나 핵심 스킬 모딩에 맞춰 쿨감 빌드, 빅데미지 빌드, 공갓 빌드, 탱킹 빌드 등등 여러모로 빌드를 짤 수 있는 가짓수는 많아 보였죠. 무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아 같은 무기를 사용하더라도 어떤 빌드를 가용하느냐에 따라서 총기의 사용감이 달라지게 느껴졌습니다.
너무나도 부족한 콘텐츠
이렇게만 보면 나름 구색은 갖춘 게임 같아 보이나 이 게임의 치명적인 단점 콘텐츠와 애니메이션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퍼스트 디센던트의 콘텐츠는 크게 메인 스토리를 밀기 위한 필드 미션들과 레이드 이렇게 두 개로 나눠볼 수 있는데, 사운드팀이 콘텐츠 개발팀 찾아가서 모니터랑 스피커로 때려도 할 말이 없습니다. 총기의 타격감에 대해서는 찬반이 있는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이팩트나 모션은 조금 아쉽더라도 역시 넥슨이라 그런가 시원시원한 사운드가 그나마 타격감을 멱살 잡고 끌고 가는 느낌이었죠. 그리고 앞서 설명한 다양한 빌드를 재미있게 플레이하게 만들어줄 콘텐츠가 필요한데 없어요. 재밌는 게 테스트 일을 해보신 분들에게 비유를 해보자면 메인 스토리를 전부 공벤이나 정찰로 때우면 게임 재밌을 것 같으신가요? 이 게임은 전부 이런 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메인을 위한 다른 미션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웹에 도착해서 지정된 장소에 있는 미션 1, 2, 3, 4를 순차적으로 클리어하면 다음 앱이 열리는 수순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토리를 모두 민 건 아니지만 이런 레퍼토리가 아주 사소한 변화만 존재한 채로 거의 무한복사 재탁만을 반복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진행되는 스토리는 몰입도 안 되고 아까 했던 거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있으면 이거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줍니다. 스토리는 마련해 두었는데 이에 몰입할 수 있는 요소가 커신 말고 없어요. 이럴 거면 유튜브 가서 요약본을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거기에 레이드는 그 어떤 서사도 없이 그냥 그것도 모두 같은 맵에서 공략이라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그냥 무식하게 때리기만 하면 되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레이드의 방식을 지니고 있죠. 기믹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냥 일종의 패턴으로 넘길 수 있는 단순함, 특정 부위를 때려야 딜이 들어가는 무적기 패턴 그냥 이게 끝입니다. 레이드라면 협력이라는 키워드가 당연지사인데 이걸 플레이하면 협력은 모르겠고 누가 누가 딜 더 잘 넣었나 하고 끝나는 방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레이드를 보스를 공략한다기보단 그냥 모바일 게임 1일 퀘스트 한다는 기분이 들죠.
부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 및 아쉬운 점
거기에 뚝뚝 끊어지는 모션들은 이런 게임의 재미를 한층 더 반감시켜 줍니다. 애니메이션 자체가 안 좋다기보단 모션과 모션 사이에 자연스러움이 없어 뚝뚝 끊기는 개별적인 모션처럼 보이죠. 여러분이 노래를 듣고 있는데 하이라이트 넘어가기 전에 노래가 뚝, 하이라이트 끝나고 노래가 뚝 끊긴다고 생각해 보세요. 딱 그런 느낌입니다. 뭐 이 게임에서 그래도 잘 뽑은 게 있다면 역시 모델링이 아닐까 싶은데요. 킹등갓택 2의 개발진들이 개발에 참여한 게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로 이 게임의 엉덩이 모델링은 훌륭합니다. 드문드문 던져버리고 싶었던 게임에 몰입하게 만들어준 유일한 요소였달까요? 가끔 마을에 서 있으면 이따금씩 앞으로 지나가던 사람들이 멈칫하던데 역시 사람 생각하는 건 다 똑같나 봅니다. 전반적인 게임의 느낌을 살펴보면 데스트니처럼 상대적으로 정적인 느낌의 루트 슈터보다는 극한의 모딩을 통한 본인만의 정신 나간 빌드를 짜는 재미인 워프레임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마치 액션 RPG보단 헤겐 슬래시에 초점이 맞춰진 것처럼 말이죠. 치명적인 건 그런 방향성으로 잡았으면서 워 프레임과 비교했을 때 그렇게 매력적인 포인트가 있냐? 스토리, 레이드, 콘텐츠 그렇게 별로 없거든요. 라이트 유저를 잡고 싶었다면 ui를 좀 더 단순하게 한다던가 모딩을 좀 더 간략화시켜서 아예 쉽게 쉽게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으나 그것도 아니고 콘텐츠에서 큰 재미를 가져가겠다 싶었다면 스토리와 레이드를 그렇게 무성이하게 만들진 않았겠죠. 그렇다고 적들을 처치하는 김익의 신선함을 더해 손맛을 올렸냐고 물어본다면 어디서 본 게 전부였습니다. 그나마 그래플링 후기라는 시스템을 이용해서 새로운 시도를 한 듯 보였으나 레이드를 뛸 때는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고 필드 이동에서는 묘하게 끊기는 느낌 덕분에 사용성이나 재미면이 반감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게임이 그래플링 후에 큰 차별점을 두고 있다면 보스전에서 이런 접근성을 높이던가 색다른 기믹을 추가하여 고유의 재미를 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